허찬미 | Heo Chanmi 내가 그리는 것들 대부분은 사회적 승인이나 인정에서 거리가 먼, 작거나 낮거나 조용한 과거의 풍경들이다. 오늘 본 것이 내일이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내게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고 그것은 동시에 뿌리나 정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내가 본 과거의 무언가를 캔버스 위에 수 놓는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내게 미래라는 것은 과거보다 멀리 있는 단어처럼 여겨졌다. 과거의 것이 현재 쓰임을 달리하는 오래된 공간이나 사물, 풍경에 눈길이 자주 갔고, 그런 것들을 그리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물리적인 실제로 다가오는 과정이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게 과거는 멀리 있지 않고 계속해서 누군가에 의해 꺼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계속해서 꺼내어질 수 있는 과거의 장면을 그리는 나를 보며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은 현재에 서서 이전에 본 것들을 다시 읽어가는 것이며 나의 회화는 지금을 기점으로 이미 사라진 것,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금 새기는 과정이다. 처음엔 매번 익숙하게 걷던 길을 우회하며 본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고(틈새의 호흡-작은 다윗), 오래된 구멍가게를 보며 과거의 모습을 찾다가 그 동네의 사라진 민주화의 흔적을 만나기도 했다(3 1 0 4). 그리고 지금은 개발이라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인부와 동네 풍경, 사물들을 그리고 있다(2020년도부터의 작업). 눈앞의 것들을 그리며 사실 나 또한 그 과정과 풍경 속에 있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고 과거의 내가 본 것을 그리는 것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물과 풍경에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린 그림 대부분은 거친 터치나 빗금 같은 선들로 그려진다. 과거는 과거이고 이미 지나온 것이라는 결과론적 방식으로 풍경을 대하는 것 보다 과거도 언제든 계속해서 꺼내어질 수 있는 것, 현재에도 닿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길 원했다. 실제와 비슷하게 묘사된 풍경보다 조금 더 흐트러진 형태의 풍경과 사물이 오히려 실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손에 잡히는 헝겊이나 이불, 이미 나무에서 떨어져 발에 채는 이파리나 나뭇가지들을 모아 붓처럼 사용했다. 나는 가끔 기성 붓보다 실제 내 손에 잡히는 도구들이 나의 피부나 나의 또 다른 손, 신체의 일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나의 시간의 타임라인 속에 자리한 사물을 붓처럼 여기며 과거의 본 것을 그리는 것, 그런 것을 주로 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 작가 노트 중에서 - Solo Exhibition2023 숨, 바람, 연기, 에이라운지 갤러리, 서울2022 물꽂이, 아트앤초이스, 서울2021 Settlement, 우손갤러리, 대구2019 3 1 0 4, 스페이스클립, 부산2016 파생된 중독, 스페이스 만덕, 부산 Group Exhibition2023 드로잉그로잉, 탈영역우정국, 서울2023 Summer Collection, Space Haru, 방콕, 태국2023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2022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1막–4막, 쿤스트할오르후스, 덴마크2022 다음에 만날 아이를 위하여, 클레이아크미술관, 김해2022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2022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1막–2막, 아트선재센터, 서울2021 BMA 소장품보고 COLLECTION REPORT, 부산시립미술관, 부산2021 한-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전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 한국의 아티스트 북을 만나다》, KF갤러리, 서울2021 아트부산 특별전 BNK YOUNG ARTISTS 《겨울이 온다》, 벡스코, 부산2020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부산비엔날레2020 잔해, 갤러리미고, 부산2019 뉴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2019 이 전시는 교훈이 없다, 현대미술회관, 부산2019 Twilight Zone, 임시공간, 인천2018 아트부산 특별전 《Art Accent Zero》, 벡스코, 부산2018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부산시립미술관, 부산2017 무적자들,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2017 Project Art Busan 2017, F1963, 부산 Awards2023 제 1회 알마낙 : 50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인 코리아 3등202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레지던시 지원사업 선정2020 제5회 BNK 청년작가미술공모전 우수상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 생애첫지원사업 선정2019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기초예술영역 선정 Projects & Workshop2022 영도-공공미술 프로젝트 《이 벽화를 지워도 되겠습니까?》, 부산2019 A2A 창작자 워크숍, 캔파운데이션, 서울2017 오픈스페이스 배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부산 Residency2023-2025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천안2022 Malt-AIR 아티스트 레지던시, 에벨토프트, 덴마크2019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2018 홍티아트센터, 부산 Publish2022 『이 벽화를 지워도 되겠습니까?』 , 영도문화도시센터2020 『창작을 위한 변명』 , 아트북프레스 Collection부산은행,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CONTACT EMAIL snowwindyday@gmail.comINSTAGRAM @chanmi.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