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김동형(Kim Dong Hyung)
ARTWORK Equilibrium#211028.120
EDITION 2021
MATERIAL 캔버스에 아크릴릭필러, 한지, 아크릴릭
SIZE 72.7 x 116.8(cm)
PRICE 작품 구매 별도문의
김동형| Kim Dong Hyung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대학원 시절의 어느 날,
내 시선이 낡은 학교 건물의 벽면에 머문 채로 멍하니 굳어버린 적이 있었다.
이날, 나는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벽돌이나 타일들 안에 빗물에 녹이 슬거나 비바람에
시멘트나 페인트가 뜯겨 나간 세월의 흉터들과 같은 무질서한 상태가 존재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를 통해 질서와 무질서가 하나의 벽면 안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벽면에 대한 사유는 건축 벽면 자체가 인위의 형태에 새겨진
자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내용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질서적인 것과 무질서적인 것,
자연스러운 것과 인위적인 것을 모두 담고 있는 건축 벽면은
그렇게 나에게 풍경을 담고 있는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주었다.
나는 질서와 무질서, 자연과 인위 등 이러한 양가적인 관계들을
캔버스라는 하나의 화면 안에 지극히 개념적이면서도 지극히 정서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내 작업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작업의 밑바탕을 형성하는 바탕-재(材)부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인위적인 성격과 자연적인 성격을 담을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실제로 건축 외벽에 쓰이는 자재 중 하나인 아크릴릭필러(Acrylic filler)를 발견했다.
이를 캔버스 위에 옅게 여러 번 펴 바르기 시작했고, 이에 인위성을 부여하였다.
아크릴릭필러를 바르고 하루정도 건조하면 벽면과 같은 질감이 형성된다. 그 위에 전통한지를 배접(褙接)했다.
내가 동양화를 전공하기도 했지만, 가장 자연을 닮은 재료는 역시 한지만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아크릴릭필러와 한지를 서로 붙이는 배접 행위를 통해서 형성된 작업의 밑바탕에
나는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공존을 미적가치로(개념적 접근으로) 삼고자 했다.
이렇게 형성된 바탕재 위에 물감을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해 복수의 색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그러고는 최종적으로 켜켜이 쌓은 복수의 색들 위를 백색으로 다시 덮는다. 나에게 백색은 상당히 뜻이 깊은 색이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작업에 임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오히려 작업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어왔고 기존의 내 작품들이 전부 볼품없이 느껴졌다.
이때 나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고민해 보기 위해 기존의 작품들을 하나둘씩 백색으로 모두 덮어버렸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다행히도 나에게 큰 반향을 제시해 주었다.
기존의 완성된 작품 이미지를 지우는(비우는) 행위는 다른 관점으로는,
하나의 화면을 백색으로 채우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양가적인 관계들을 다루는 내 작업에 백색만큼 어울리는 색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백색을 내 작업의 마지막 과정으로 삼기로 했다. 이처럼 백색은 나에게 정서적으로 참 애틋한 색이 되어주었고,
동시에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고 있는 의미가 담긴 색이 되어주었다.
나는 이러한 과정들이 담긴 내 작품이 감상자들에게도
양가적인 느낌을 심리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말해, 무질서해 보였는데 이상하게 질서정연한 기운이 작품 안에서 느껴진다거나,
무언가가 엄청 많아 시끄러운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차분한 적막이 작품에서 흐른다거나 하는 등의
이런 양가적인 느낌들이 감상자들에게 일종의 심연으로 작용하여 내 작품에 깊이를 더해 주었으면 한다.
내 작품이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으면 싶고, 또 나라는 작가가 깊이가 있는 그런 작가가 되었으면 싶다.
- 작가노트 중에서 -
Education
202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미술석사
2018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미술학사
Solo Exhibition
2024.03. 소란스런 적요. 갤러리소연, 서울.
2023.07. 질서와 무질서, 두 우주의 교집합. 히든엠갤러리, 서울.
2023.04.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갤러리소연, 서울.
2022.12. 그림을 그리고 남은 빈 자리. 아트스페이스이색, 서울.
2022.10. 광활한 궤적이 부유하는 공간. 갤러리빈치, 서울.
2022.07. 밝은 어둠과 어두운 밝음이 공존할 때. 아티컬, 부산.
2022.05. 흔적에서 행위로, 혹은 흔적에서 그림으로. 갤러리소연, 서울.
2022.05. 정형과 비정형 사이를 조율하는 일. 고양아람누리, 고양.
2021.12. 변하지 않는 것. 비디갤러리, 서울.
2021.11. 소란스런 적요. 미사장, 하남.
2021.10. 가능성으로 충만한 깊고 완벽한 적막.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울산.
2021.10. 희미해진 것들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가.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고양, 외 다수
Group Exhibition
2023.06. 또 다른 물성.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3.03. A Piece of Space. 프린트베이커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산.
2023.03. 사유의 공간: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비비안초이갤러리, 서울.
2022.07. 북구 제내3길 6-9.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울산.
2022.06. Fresh Buns. 앤드트리갤러리, 서울.
2022.02. 기원전: wishing well. 아티컬, 부산.
2021.09. Art collective; on&off. 롯데갤러리 롯데백화점 광복점, 부산.
2021.08. 불안한 오늘. 아트스페이스이색, 서울.
2021.04. The Begin Ning.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울산.
2021.02. 시각적 변주. 써포먼트갤러리, 서울.
2020.11.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강릉시립미술관, 강릉.
2020.02. Spectrum Cube. K&P Gallery, New York, 외 다수
Awards
2022.10. 지역예술활동 기획안 공모사업, 고양예술은행 최종선정. 고양문화재단, 고양.
2021.11. 고양우수작가공모전 고양아티스트365 최종선정. 고양문화재단, 고양.
2021.05. 문화예술진흥통합공모지원사업, 고양문화다리 신진예술가부문 최종선정. 고양문화재단, 고양.
2017.11. 제15회 도솔미술대전 한국화부문 대상. 천안미술협회, 천안.
Residency
2021.03.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1기 입주예술가. 울산.
2018.08. 아티스티 레지던시 1기 입주작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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