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권해일(Kwon Haeil)
ARTWORK 사진을 찍는 사람
EDITION 2021
MATERIAL Archival Pigment Print
SIZE 50x37.5(cm)
PRICE (WON) 가격문의
권해일| Kwon Haeil
1977년 대구 출생. 대학을 진학하면서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다.
1995년 대학의 흑백사진 동아리를 통해 사진을 시작하였고, 사진교육을 주제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개인전과 전주국제사진제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나는 기 드보르(Guy Debord)의 현대사회의 자본과 이미지에 잠식된 ‘스펙터클 사회 La Société du Spectacle’ 와
마크 오제(Marc Auge)가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말하는 ‘비장소 non-places’적 장소와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동조한다.
주거 문화와 환경, 그리고 도시와 사람, 도시 환경과 개인의 삶의 연결성 등에 관한 주제에 관심이 높다.
근대가 현대였을 때, 양옥집은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주거 공간의 표상이었고, 범접하기 힘든 견고한 현대적성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근대가 된 지금은 소멸 중이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그들의 취향에 따라 색이 변했다.
나무로 만든 문패는 모서리에서 반대편 모서리까지 갈라졌고, 초인종은 아무리 눌러도 소리는커녕 눌리는 느낌도 없다.
테라스의 페인트는 위태한 색으로 바랬고, 이어 붙인 플라스틱 처마 때문에 예전의 위엄있는 질감이 얄궂게 되었다.
두꺼운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주변부터 들고 일어나 가뭄의 논바닥처럼 되어도 덧바르지 않았다.
이제 양옥집은 약한 바람에도 온갖 소리가 날 것 같이 얇아졌다.
일종의 복고적 감성을 자극할 뿐, 경제적 계산법으로 따져 허물 적기를 기다리는 신세처럼 보인다.
우연히 길 건너 5층 건물 옥상에 올랐을 때, 오래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작은 마당과 화분, 나무들, 잡다 한 생활용품, 빨래,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의 전체 형태, 그리고 그 안의 사람과 대면한다.
이곳은 근대의 불신 과 현대의 불안이 공존한다.
사람들은 떠날 때를 놓쳤거나, 여전히 떠날 채비를 하거나, 혹은 떠날 생각이 조금도 없을지 모른다.
이유가 어떻든 다들 각자의 삶을 살 줄 알기에 나에게는 일종의 경외감이 느껴졌다.
또다른 의미로써 부러움의 대상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김군이 아니고 양옥집이 부러웠고, 이제는 양옥집이 아 니라 그 안의 사람들이 부럽다.
양옥집 사람들은 놀이동산의 긴장감 넘치는 기구들 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회전목마 같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속도감 때문에 느끼는 구토감이 완화된다. 피학적 숭고함을 잠시 잊는 마취 효과가 있다.
유달리 걸음이 느린 내게 꼭 필요한 진통제를 맞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 권해일 작가노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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